커피를 마시다 운전 중 119를 눌렀습니다 — 중학교부터 시작된 커피 중독의 끝



두 손으로 커피잔을 감싸 쥔 모습
습관처럼 마시던 커피 한 잔이 응급실로 이어졌습니다





커피를 처음 마신 건 중학교 때였습니다.

큰이모가 커피를 아주 좋아하셨어요. 같이 살면서 이모 곁에서 홀짝홀짝 얻어 마신 게 시작이었습니다. 다방커피, 그러니까 설탕이랑 프림이 들어간 달달한 밀크커피였어요.

신기한 건 커피를 마셔도 잠이 너무 잘 왔다는 거예요. 각성 효과고 뭐고 전혀 없었습니다. 그냥 맛있어서 마셨어요. 그렇게 발을 들이고 나니 한 잔이 두 잔이 되고, 두 잔이 세 잔이 됐습니다.

20대 때 한의원에 갔다가 부모님과 함께 한의사 선생님께 이런 말을 들었어요.

"커피가 체질에 안 맞으니 마시지 마세요."

그 말을 흘려들었습니다. 지금도 부모님이 그 얘기를 하세요. "그때 한의사가 커피는 상극이라고 했잖아" 하면서요. 그땐 몰랐어요. 그 말이 얼마나 맞는 말이었는지를.


하루 4~5잔, 30대까지는 아무 이상이 없었습니다

습관이 무서운 거더라고요. 커피 효능 때문에 마신 것도 아니었어요. 그냥 손이 가고 입이 갔습니다. 어느새 하루에 4~5잔까지 마시고 있었어요.

30대까지는 아무 이상을 못 느꼈습니다.

40대에 들어서면서 달라졌어요. 커피를 마시면 어느 날부터 심장이 두근두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개의치 않고 계속 마셨어요. 습관이었으니까요.

그러다 커피 한 잔만 마셔도 심장이 벌렁대고 얼굴이 얼얼해지는 지경이 됐습니다. 그게 신호였어요. 몸이 보내는 분명한 경고였죠. 그만 마셔야 할 때였습니다.

그런데 멈추지 못했어요. 그만 마셔야겠다고 생각해도 손이 먼저 가고 입이 먼저 갔습니다. 습관이 그만큼 무서웠어요.


운전 중이었습니다

작은 아이를 수영수업에 데려다줘야하는 오후였어요.

다른 날처럼 커피 한잔 하고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한잔 마셨어요.

그런데 느낌이 이상했습니다. 온 몸에서 힘이 쑥 빠지면서 정신이 아득해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어 이상하다 생각하면서 잠깐 소파에 누웠어요. 그래도 아이를 수영장에 데려다 줘야 해서 억지로 일어나서 운전을 했어요. 한 5분을 갔을까요? 갑자기 심장이 엄청나게 뛰기 시작했어요. 호흡이 제대로 안 됐습니다. 말이 나오지 않았어요.

의식은 멀쩡했어요. 눈은 뜨고 있고 상황 판단도 됐습니다. 그런데 몸이 따라주지 않았어요. 그대로 길에 차를 세웠습니다.

핸드폰으로 119를 눌렀어요.

전화기 너머 대원이 뭔가를 물어보는데 대답을 못 했습니다. 말이 안 나왔어요. 숨만 엄청 가빠지고 심장이 터질 것 같았습니다. 횡설수설하는 저를 보고 위성으로 위치를 확인하고 바로 달려와 주셨어요.

제 차는 가까운 119 센터로 가고, 저는 앰뷸런스에 실렸습니다.

앰뷸런스 안에서도 맥박이 계속 올라갔어요. 대원이 병원 의사와 전화 통화를 하면서 이동했습니다. 겨우 응급실에 도착해서 이것저것 다 검사했어요.

다행히 다른 이상은 없었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제 상황을 듣고는 말씀하셨어요.

"커피 때문에 이럴 수 있어요."

그날 이후로 커피를 완전히 끊었습니다. 그러고는 그런 증상이 싹 사라졌어요. 


지금은 어떻게 지내냐고요

사람이 참 신기하더라구요. 그 일이 있고 나서 커피에 전혀 관심이 1도 생기지 않았어요. 그 전에는 하루에 4~5잔을 마시고 더 마실수도 있었는데 한순간에 커피에 대한 마음이 뚝 떨어지는 것을 보고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렸다는 말이 진심으로 이해가 됐어요. 이후로 대신 따뜻한 보이차나 루이보스티를 마십니다. 카페인이 거의 없어서 심장에 부담이 없더라고요.

남편은 고혈압약을 복용하면서도 하루 딱 한 잔을 마십니다. 약 먹고 최소 30분 이후에요. 반면에 저희 여동생은 하루 세 잔이 기본인데 혈압은 정상이에요. 같은 커피인데 사람마다 이렇게 다릅니다.

저는 체질적으로 카페인을 처리하는 능력이 약한 편인 것 같아요. 중학교 때 한의사 선생님이 "커피가 상극"이라고 했던 말이 틀리지 않았던 거죠. 그 말을 그때 들었더라면 응급실까지는 가지 않았을 텐데요.


커피, 끊어야 할까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하루 3~5잔을 규칙적으로 마시는 경우 장기적으로 심혈관 질환 사망률이 낮아진다는 결과도 있어요. 저처럼 예민하게 반응하는 분이 아니라면 적당량의 커피는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이것만은 기억해 주세요.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면, 얼굴이 얼얼해진다면, 그게 몸이 보내는 신호입니다. 저는 그 신호를 무시하다가 운전 중에 응급실 신세를 졌어요. 내 몸이 보내는 경고는 흘려듣지 마세요.


주의: 본 내용은 개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정보 제공 목적입니다. 심장 두근거림이나 호흡 곤란 증상이 있을 경우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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